칼럼

[이미루의 돈버는 소비트렌드] 알리익스프레스와 쿠팡의 대격돌

2025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발 초저가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놀라운 속도로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면서, 쿠팡이라는 절대 유통 강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을 점령하다 2025년 1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025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발 초저가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놀라운 속도로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면서, 쿠팡이라는 절대 유통 강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을 점령하다
2025년 1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912만 명으로 쿠팡에 이어 국내 종합몰 앱 2위를 기록했다. 2021년 2월 168만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가 4년 만에 5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성장 속도였다. 알리익스프레스의 2024년 국내 결제추정금액은 3조6897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급증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무기는 명확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가와 무료 배송, 그리고 1억5000만개에 달하는 압도적인 상품군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3~5년 내 한국 온라인 쇼핑 이용자의 절반인 1700만명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시장 점령을 선언한 것이다. 2024년 한국 경제의 소비 위축은 알리익스프레스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고물가에 시달린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찾아 중국 직구로 눈을 돌렸고, 2024년 해외 직구 규모는 전년 대비 19.1% 증가한 7조9583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6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쿠팡, 흔들리지 않는 왕좌
하지만 쿠팡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2024년 쿠팡의 결제추정금액은 55조861억원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2.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 성장한 수치로, 시장 평균 성장률의 4배 이상이었다. 쿠팡의 2024년 연매출은 41조2901억원으로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신세계그룹 전체 매출 35조원, 롯데쇼핑 14조원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성장 동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었다. 쿠팡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3240만 명으로 쇼핑 업종 내 점유율이 80%를 넘었다.
쿠팡의 진짜 무기는 충성도였다. 한 달 이내 재구매율이 82%를 넘었고, 7개월 이내 재구매율도 70%를 유지했다. 로켓배송으로 쌓아올린 물류 인프라와 와우 멤버십으로 구축한 생태계가 만들어낸 견고한 성과였다. 소비자들에게 쿠팡은 단순한 쇼핑 플랫폼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전략, 치열한 경쟁
두 기업의 경쟁 구도는 흥미로웠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무기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10년 넘게 쌓아온 쿠팡의 물류망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배송 기간이 조금 길어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기꺼이 기다리겠다는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향 배송을 전담하는 웨이하이 물류센터를 9만㎡로 확장하며 배송 속도 개선에도 나섰다. 반면 쿠팡은 '속도'와 '편의성'으로 맞섰다. 2024년 11월 쿠팡의 월간 사용자 수와 결제 금액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쿠팡의 카드 결제금액 점유율은 2024년 1월 43.4%에서 2025년 1월 57.8%로 급증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플랫폼의 사용자 이탈률 차이였다. 테무의 경우 사용자의 37~50%가 매월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에 끌려 앱을 설치했지만, 결국 쿠팡으로 돌아가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2025년,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3년간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한국 시장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물류센터 구축과 한국 셀러 유치를 통해 단순 직구 플랫폼을 넘어 진짜 종합 쇼핑몰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었다. G마켓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이러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쿠팡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2024년 4분기 조정 EBITDA 이익은 5억3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이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생태계 확장도 계속되면서 알리익스프레스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승자는 소비자
결국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들이었다. 저렴한 가격을 원하면 알리익스프레스를, 빠른 배송을 원하면 쿠팡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두 플랫폼 모두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쿠팡의 우위는 분명해 보였다. 2024년 4분기 국내 소비시장 온라인 침투율은 50%를 넘어섰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되었고, 이 시장에서 쿠팡은 이미 깊은 뿌리를 내렸다. 10년 넘게 쌓아온 물류망, 2000만 명이 넘는 충성 고객, 그리고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는 단순히 가격만으로는 무너뜨릴 수 없는 요새였다.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쿠팡의 왕좌를 위협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싸움은 단순히 가격 대 속도의 대결이 아니라, 10년 동안 쌓아온 인프라와 신뢰 대 중국 자본의 무한한 화력이 맞붙는 전면전이기 때문이다. 2025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진짜 싸움이 시작되었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아니, 과연 단 하나의 승자만이 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몇 년간 펼쳐질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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