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루의 돈버는 소비트렌드] 명품의 콧대는 왜 불황에도 꺾이지 않는가?
크리스찬디올은 불황에도 가격을 계속 올린다. 10~15%가 아니라 100%씩 올려버린다. 어느덧 ‘명품 오픈런’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질 만큼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기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함께 명품 업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LVMH 그룹 역시 실적 둔화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
크리스찬디올은 불황에도 가격을 계속 올린다. 10~15%가 아니라 100%씩 올려버린다. 어느덧 ‘명품 오픈런’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질 만큼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기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함께 명품 업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LVMH 그룹 역시 실적 둔화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매출 성장세가 주춤함에도 불구하고 루이비통과 디올을 비롯한 주요 브랜드의 가격표는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면 가격을 낮추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비즈니스의 상식이지만, LVMH는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이 불황 속에서도 콧대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지점은 명품의 생존 근간인 ‘희소성’의 가치이다. 대중 브랜드는 물량을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지만, 럭셔리 하우스는 브랜드의 격을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한다. 가격 인상은 단순히 수익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브랜드라는 심리적 진입장벽을 공고히 하는 전략적 도구이다.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되는 순간 명품은 그 생명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LVMH는 판매 수량이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단가를 높여 전체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동시에 브랜드의 ‘프리미엄 지위’를 더욱 견고히 다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또한, 이는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초부유층(VIC)을 향한 선별적 구애이기도 한다. 팬데믹 기간 명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이들은 사실 중산층이라 불리는 ‘어스피어셔널(Aspirational)’ 소비층이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이들의 지갑이 닫히자, LVMH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어중간한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대신, 오히려 가격을 더 가파르게 올려 경기 침체와 무관한 최상위 부유층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는 베블런 효과를 극대화하여, 명품을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가치 보전이 가능한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결국 LVMH가 가격을 올리는 행보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강력한 ‘가격 결정권(Pricing Power)’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가격이 올라도 여전히 그 브랜드를 갈망하고, 기업은 그 갈망의 크기를 가격표로 환산해 이익률을 방어한다. 소비 트렌드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행보는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명품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그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사회적 자격’을 획득하는 수단이 되었다. 불황 속에서도 명품의 콧대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것이 가방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가방이 상징하는 ‘변치 않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전략은 중고 리세일 시장의 흐름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샤테크(샤넬재테크)’나 ‘롤테크(롤렉스재테크)’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LVMH가 신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면, 자연스럽게 중고 시장에 형성된 기존 제품들의 시세도 함께 상승하거나 방어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오늘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나중에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혹은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강력한 구매 동기를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LVMH는 가격 인상을 통해 자사 제품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감가상각이 적은 ‘대안 자산’의 위치로 격상시킨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가 정책이 장기적으로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럭셔리 셰임(Luxury Shame)’이라는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과도한 가격 인상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스텔스 럭셔리’나, 브랜드의 네임밸류보다는 본질적인 퀄리티에 집중하는 ‘신명품’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명품 브랜드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을 두고 '오만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VMH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는 것과 고객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국면이다.

결국 LVMH의 행보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브랜드 권력'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과도 같습니다. 이들은 가격이라는 숫자를 통해 고객을 분류하고, 브랜드의 격을 설계하며, 불황이라는 파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히 '가방 값이 올랐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가격표 안에 담긴 인간의 욕망 구조와, 그 욕망을 정교하게 제어하여 비즈니스 모델로 치환하는 럭셔리 제국의 전략이다. 앞으로 LVMH가 이 높은 가격 장벽을 통해 구축한 그들만의 성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아니면 새로운 소비 세대의 저항에 부딪혀 변화를 택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은 향후 소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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