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칼럼] B2B Buying center와 Pain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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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린 삽화 / 반도체 장비>

 

B2C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소비자의 욕구(Desire)를 자극시키고, 설사 바로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트렌드와 키워드(잇템, 가심비, 플렉스등)를 창조하고 활용하여 계속 구매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필요없는 물건도 사고, 구독하고, 경험하게 만드는 마법, 그것이 바로 B2C 마케팅이겠죠? 

 

그런데, 필자를 포함한 컨설턴트들이 모여, 일반인에게 가장 쉽게 B2B 마케팅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함께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중요한 인자(Factor)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고통 (Pain)  

바로 ‘고통(Pain)’이었습니다. 이 Pain이라는 키워드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감이 잘 안 오겠지만,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같은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 중 Empathy, '공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비자와의 공감을 통해 공략 포인트를 발견해내는 것인데, 누군가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어린이가 노인에게, 학생이 주부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B2B 마케팅에서는 이런 공감을 적극적으로 또한 전략적으로 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통 6가지로 나눠지는 바잉센터 Buying center>

 

① 바잉센터 Buying Center와 Pain point  

SK 하이닉스라는 업체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바잉센터는 보통 6가지로 나눠지는데, 접근하기 쉽도록 ‘생산팀(User), 구매팀(Buyer), 품질팀(Influencer), 사장(Decider)’ 4가지로 한번 나누어 보았습니다. 자! 여러분이 각각의 해당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생산팀 팀원 / User  ]  

필자는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고, 여러분은 생산팀에서 일하고 있는 대리급 팀원입니다. 여러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생산팀 팀원이 평상시 사용하던 기존 장비로 인해 느끼고 있는 ‘고통(Pain)의 포인트’를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가격? 불량? 이런 것들은 생산팀 팀원이 아니라, 구매팀과 품질팀의 고통이겠죠? 보통은 작업에 있어서의 ‘불편함’을 이야기하게 될 겁니다. 이‘불편함’이라는 고통의 포인트를 알게 된 필자는 그에게 솔루션(Solution)인 편리함의 장점을 강조하면 됩니다. ‘새로운 장비 도입은 기존 장비를 조작할 때 귀찮게 설정하거나 힘들고 불편했던 것을 개선해서 당신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라고 제안해야 합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맞습니다. 고통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카페로 환경을 바꿔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롭게 출시된 커피머신을 카페에 판매해야 하는데 사장님이 없고 아르바이트생만 있습니다. 그녀에겐 어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커피머신으로 인해 느끼고 있는 ‘고통(Pain)의 포인트’가 무엇인지만 찾아내면 됩니다. 같이 연습해보시죠. 커피머신의 가격일까요? 함께 제공되는 원두의 저렴함일까요? 원두의 품질일까요? 커피의 맛일까요? 아마도 빠르게 추출되는 ‘속도’와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빨리 일하고 쉴 수 있는 커피머신이 아르바이트생에겐 가장 좋은 커피머신일 겁니다. 

 

다시 SK하이닉스로 돌아가서, 만약 해당 생산팀에 생산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됐다면 어떨까요? ‘새로운 장비 도입은 즉각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당신에게 인센티브를 가져다 줄 거예요.’라고 설득해도 좋겠죠? 몸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돈도 더 벌게 해 준다는 제안이 생산팀 팀원을 설득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이 될겁니다. 만약 생산팀 팀원에게 새로운 장비가 생산 자동화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로봇 바리스타’를, 고속도로 검표원에게 ‘하이패스 시스템’을 영업할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뻘짓입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 구매팀 팀원 / Buyer ]  

구매팀의 고통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돈’입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돈과, 수면 밑에 숨어있는 돈입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돈은 장비의 가격(Unit Price)이고 수면 밑에 숨어있는 돈은 유지비용(Management Cost)이겠죠? 

 

만약 회사에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장비가 중국제 8천만 원짜리 장비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필자가 납품하길 원하는 장비의 가격은 한국제 1억 원짜리 장비라면, 판매가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중국제 장비의 1년 유지비용은 5천만 원이고, 한국제 장비의 1년 유지비용이 2천만 원인 경우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필자의 제품이 ‘유지비용’에 있어서 유리해지겠죠? 구매팀에게 중요한 것은 장비의 가격과 동시에, 유지비용의 절감입니다. B2B 브랜드가 가져다주는 신뢰도, 품질 또한 존재하기에, 종합적인 비용절감에 있어서 필자의 제품이 더 유리함을 어필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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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MOL Comport호 사건

 

2013년 6월 17일 정오, 싱가포르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항으로 항해하던 일본의 컨테이너 선박 ‘MOL Comport호가 인도양에서 두 동강 났습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시 일본에 산적했던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는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사태' 같은 자재의 문제 + 선체 제조 결함 + 과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조선은 대규모 B2B 산업의 영역인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주문을 하겠냐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때부터 일본의 조선산업이 본격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표적인 '신뢰도' 문제입니다.

 


<2013년 인도양에서 두 동강 났던 일본의 MOL Comport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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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팀 팀원 / Influencer ]  

자, SK하이닉스 품질팀의 고통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불량’입니다. 이 불량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는 B2C와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로 다가오게 됩니다. 시계나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고치면 그만이죠. 고치는 동안 아주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그러나 B2B산업에서 장비가 고장난다면? 라인이 멈춰버린다면? 회사 규모에 따라 몇백억, 몇천억에 달하는 끔찍할 정도로 큰 비용이 따라오게 됩니다. 

 

2019년 화성 변전소 송전 케이블이 터지면서 동탄 일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고, 인근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도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생산라인 가동이 1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수백 단계의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공정에서 정전이 발생하면 공정에 있던 제품이 모두 못쓰게 됩니다. 기계의 품질불량이 아니라 단 1분의 정전만으로도 수십억, 수백억의 피해가 발생되니 새로운 장비나 소재의 사용을 꺼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2019년 여름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일본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것입니다. 공급사가 고객에게 ‘을질’을 한 셈인데 고객사가 공급사를 바꿀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불량률이 낮다는 솔루션과 레퍼런스는 아주 매혹적인 것이며, 추가로 ‘안전’에 대해서도 어필할 수도 있습니다. 공장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어마어마한 리스크이기에 품질팀은 항상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완성품의 불량률도 품질팀에게는 큰 걱정거리입니다. 만약 전기톱과 같은 공구를 만드는 회사라면, 불량이 인사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982년 시카고에서 발생했던 타이레놀 독극물 주입 사건>

 

반도체가 아닌 제약으로 넘어간다면 안전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과거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하여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 후로, 제조사는 전체 타이레놀 제품의 포장을 바꾸어버려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낸 바 있습니다.

 


[ 사장 / Decider ]  

여기서 사장이란 디사이더(Decider), 의사 결정권자를 의미합니다. 작은 조직이나 회사라면 사장이나 대표가 될 것이고, 큰 조직이라면 부장이나, 팀장일 수도 있을 겁니다. 사장, Decider가  느끼는 고통은 무엇일까요? 

 

일단 사장을 찾아가 설득하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보통 이들은 영업사원에게 내어 줄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만난다 하더라도 1~2분 내외의 극도로 짧은 시간에 불과하기에, 이 시간 안에 메시지를 던지고, 결과를 도출해내야만 합니다. 필자는 보통 로비나 접견실에 기다리고 있다가, 디사이더가 나타나면 빠르게 뛰어가 함께 걸어간다거나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하여 영업 제안을 던지곤 했다. 실제로 영업 테크닉 중, ‘엘리베이터 피치’라고 불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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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피치에 대한 필자의 설명 영상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3층까지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짧고, 간단하고, 임팩트 있게 사업에 대하여 설명하고 설득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1분 남짓한 시간에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지만, 디사이더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 피치의 필수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Interesting Opening : 순식간에 관심을 끌 수 있는 강렬한 오프닝이 필요합니다. 

▷ Passion : 열정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 

▷ Short : 1분 안에 끝내야 합니다. 

▷ Caution : 문제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마세요. 

 

엘리베이터 피치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Hook : 주의를 끌만한 미끼. 

▷ Information :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짧은 설명. 

▷ Target market : 타겟 마켓에 대한 간략한 설명. 

▷ Different : 경쟁사와의 차별점. 정량적/수치적인 데이터 위주의 설명. 

▷ How to : 어째서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짧게 설명. 

▷ Needs : 투자자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설명. 

▷ Profit : 투자자가 받을 수익에 대한 설명. 

▷ Impact : 임팩트 있는 마무리 

 

1분 내에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브리핑을 해야 합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벌게진 얼굴로 말을 더듬다가,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1분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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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1분 내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까요? 보통은 기업과 시즌에 맞는 어떤 ‘후크’가 있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힘드시지요?’ 정도가 후크가 될 수 있겠습니다. 힘들다는 답변이 들려온다면 (대부분 힘들다고 답하겠죠?) 장비 하나에 지금 몇 명의 작업자가 붙어 있는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없는지, 인건비 부담은 어떠신지 등등의 대화로 이어나간 후, 디사이더가 이에 동의했을 때 강력한 솔루션을 던지는 것이다. ‘저희가 인건비의 절반을 줄여드릴 수 있습니다.’ 이 말에 혹하지 않을 사장이 누가 있겠습니까? 

 

디사이더급의 이동에는 으레 부하직원이 따라붙게 마련이고, 디사이더는 그런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겁니다. ‘저 제안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후 보고해주세요.’ 디사이더의 역할은 거기까지가 끝입니다. 구두로 명령을 내렸기에 명령을 받은 담당자는 필자와 미팅을 해야 할 것이며, 그때부터 제대로 된 브리핑과 샘플 제공, 테스트 일정 조율 등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나가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장이 느끼는 고통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낸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솔루션을 잘 못 전달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요? Decider인 사장님에게 ‘저희가 인건비 절반으로 줄여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런 이야기를 생산팀 직원들에게 제안을 하면 어떤 사태가 발생 할까요? 여러분들이 생산팀 팀장이나 현장 직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영업사원이 와서 ‘굉장히 좋은 솔루션 있습니다. 요즘 인건비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인건비를 절감해 드릴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솔루션이 있습니다. AI라든가 로봇으로 공정 자동화를 이루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여러분들 기분이 어떨까요? 어이가 없을 겁니다. 이런 걸 우리는 ‘뻘짓’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