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칼럼] '페르소나'란 무엇인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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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노 리조트 사례


 

페르소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일본의 한 리조트에 대해 조사한 사례를 알아봅시다. 1991년 호시노 온천은 4대째 이어져온 일본의 유서 깊은 료칸으로, 1인 1박의 비용이 백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일족의 압박으로 그곳을 오래도록 운영하던 아버지가 물러난 후,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 경영 석사학위를 받은 아들,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 사장이 이곳을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호시노 사장은 료칸의 매출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민하던 중, 경영학 서적에 있는 그대로 현황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료칸을 찾는 단골손님들을 분석해본 결과,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포함한 대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단골이었습니다. 이 대가족 중에 구매결정권자(이벤트 결정권자)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할머니였습니다. 호시노 료칸에서의 숙박을 결정하는 페르소나는 70~80대의 할머니라는 결론이 나온 순간, 그는 료칸의 인테리어와 시설, 음식, 서비스들을 모두 페르소나에 맞춰 개편하고 그들이 많이 듣는 낮시간 라디오 프로그램에 맞춤 광고를 했습니다. 그 결과, 료칸의 가동률이 즉시 10% 상승했다고 합니다. 또한 조부모와 손자가 같이 여행하는 '마고타비(孫旅)'라는 프로그램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하는 손주들의 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버블경제 붕괴로 주변의 리조트와 료칸이 몰락하고 있을 때 호시노 사장은 '료칸 재생의 달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망해가는 숙박업소들을 줍줍해서 종합 리조트 그룹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해외로 도주하던 홍콩인들이 던진 헐값의 부동산을 줍줍해서 재벌이 된 리카싱 '李嘉誠'이 떠오르네요.) 이런 극적인 결과가, '페르소나'를 도출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가슴이 뛰지 않나요?

 

ⓑ 올드 스파이스 사례


 

사진은 미국에서 오랜 시간 판매되어 온 남성 전용 바디워시, ‘올드 스파이스’의 광고 이미지입니다. 해당 제품의 구매결정권자는 누구일까요? 남성들이 사용하는 바디워시니까, 당연히 남성일까요? 놀랍게도, 바디워시 구매자의 50% 이상이 여성이었습니다. 구매결정권자가 ‘여성’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사서 남자 친구나 남편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회사는, 탄탄한 근육질의 매력적이고 섹시한 남성 모델을 활용해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 로션을 사용하면, 당신의 남자 친구에게서도 저와 같은 향기가 느껴질 거예요.’ 라며 여성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합니다. 올드 스파이스의 페르소나인 여성은 전략대로 움직여 주었고, 업체의 매출은 증가했습니다. 

 

이 사례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내용들이 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임플란트는 노인용들이 많이 사용하니까 노인들이 더 많이 구매할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대신 정보를 알아보고, 구매하는 경우 또한 많죠. 마케팅 기획자라면 이렇듯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겁니다.

 

ⓒ 기저귀와 맥주


 

유아용 기저귀의 구매결정권자는 누구일까? 퇴근길이나 늦은 밤에 아내의 심부름으로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 기저귀를 사는 김에, 기저귀 곁에 놓인 맥주를 함께 구매하는 남자들이 많을 수 있습니다. 최초에 이 페르소나에 주목한 것은 분명 맥주회사였을 것입니다. 페르소나에 맞춰 맥주의 판매 위치를 변경하는 식의 마케팅은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마케팅이 인기를 끄니 이번에는 역으로 기저귀에서 아이디어를 내보면 어떨까요. 기저귀를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가벼운 ‘안주’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페르소나들은 맥주와 함께 놓인 기저귀를 보다가 맥주를 고르고, 이왕이면 공짜로 안주까지 제공하는 기저귀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페르소나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는 작업입니다. 

 

ⓓ 필자의 페르소나 활용사례 

그런데, 위의 사례들은 모두 B2C에 해당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B2B 마케팅과 무관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마케팅 전략이란 ‘누구’를 ‘설득’ 하기 위한 전략이기에 B2B에 있어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필자의 사례를 간략한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필자는 기업 강사, 컨설턴트로 10여 년의 시간을 보내며, 여러 기관과 기업의 교육담당자들과 컨택해왔습니다. 기업 강사인 필자에게 연락하고, 교육을 결정하고 스케줄을 짜는 업무를 하는 그분들의 페르소나는 어떤 캐릭터일까? 우선, 대부분 인사팀, 인재개발팀 혹은 교육팀 소속이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의 여성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런 젊은 여성들이라면 기업 강사인 필자에게서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할까요? 필자는 그분들이 업무를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생들이 재미있고 또한 도움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필자는 그런 니즈를 예측하고, 내가 바로 그런 니즈를 충족하는 사람이라고 포지셔닝해야 하는 것입니다. 

 

페르소나인 2~30대 여성 교육담당자들은 강사나 교육회사를 검색할 때는 '네이버' 보다는 직접 강의력을 확인할 수 있는 '유튜브'를 선호하고, 바쁜 업무에 시달리기에 연락이 지연되는 것을 싫어할 것이며, 제안서와 필요 서류들은 요청하기 전에 미리 보내 귀찮은 일들을 최소화해주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업무를 덜어주면 정말 좋아하겠죠? 연락도 전화나 문자, 메일로 느리게 소통하는 것보다는 카톡으로 빠르게 티키타카 하는 걸 선호합니다. 강의료는 의외로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아니잖아요? '회사 돈'이지! 어차피 교육예산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연말에 지자체들이 일제히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예산은 안 쓰면 삭감되잖아요. 마찬가지 아닐까요?) 컨택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전략적으로 잘 전달하고 강의력마저 뛰어나 교육생의 높은 만족도까지 선사한다면, 강사로 선정될 확률, 계약이 체결될 확률이 높을 것이고 이후 진입장벽까지 높게 쌓아 경쟁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과 이미 한 팀이 되어 한배를 탔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벤더, 공급사, 서비스 제공자를 찾아서 검증하고 계약하는 과정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부서와 상관없이 '편함' (Convenience)이라는 가치(Value)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명심하세요.

 

이렇듯, 내가 설득해야 할 대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설득을 위해 필요한 것을 준비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바로 페르소나 도출 전략입니다. 이후 설명드릴 B2B 디지털 마케팅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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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대형마트에서 상품이 가장 잘 팔리는 위치는? 

 

수많은 회사들이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사람처럼 수명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을 제품 수명주기 (PLC, Product Life Cycle)이라고 합니다. 기업은 이에 맞게 마케팅, 제조, 영업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가족과 함께 대형 할인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매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위치는 어디인지 궁금했는데, 유통업체에 재직하던 지인으로부터 해답을 찾았습니다.


소비자의 눈높이인 B, 150cm 위치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머리 위치인 A, 180cm에서는 그의 70%, 가슴높이인 C, 130cm에서는 60%, 허리 높이인 D, 100cm에서는 50%, 다리 높이인 80cm 이하에서는 30% 비율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매장 담당자라면 제품 수명주기에 따른 제품을 매대의 어느 위치에 배치하시겠습니까? 많이 팔아야 하는 도입기 제품은 B, 정점에 있는 제품은 A, 허리 밑으로 내려올수록 성숙기, 쇠퇴기에 접어드는 제품입니다.

 

To be continued